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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둘기에게 먹이를 주지마세요

등록일 2024-12-12 18:57 게재일 2024-12-1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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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윤영대전 포항대 교수

며칠 전 조금 풀린 날씨에 철길숲을 걸어보려고 갔었는데 낮게 걸린 현수막이 하나 보였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무슨 말이지? 하고 가까이 가봤더니 비둘기가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 됐다는 것이었다. 평화의 상징인 하얀 비둘기가 해를 끼치는 동물이라니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여 참새 까치 까마귀 등 15종류와 함께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되었다는 것이다.

유해 조류로 보는 이유는 첫째, 잡식성이라 배설물이 깨끗할 리 없고 둘째, 배설물이 강한 산성이어서 문화재와 건축물을 훼손할 우려가 있으며 셋째, 이곳저곳 많이 날아다니기에 깃털의 바이러스로 인해 아토피성 피부염을 퍼뜨린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도 이미 비둘기와의 전쟁을 선포하였으며, 영국은 모이를 주었을 때 벌금부과를 하고, 프랑스는 집을 지어주고 산란하면 깨어버리고, 스위스는 알 바꿔치기를 하며, 미국은 불임약을 먹여서 개체 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비둘기는 전 세계에 약 300여 종이 있으며 우리나라는 멧비둘기, 집비둘기와 천연기념물 215호인 흑비둘기를 포함하여 8종류가 있다. 이 중에서 집비둘기를 환경부가 유해 동물로 지정하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비둘기를 곱게 보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여 포획보다는 굶기거나 불임약을 주어 개체를 줄이는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비둘기는 1년에 1~2회 번식하지만 도심에 살고있는 경우 4~5회 정도 번식하여 개체 수가 증가 하는데, 이는 도심에는 매와 황조롱이 같은 천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전역에 약 100만 마리 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서울 경기에서 5년간 비둘기 수는 3배로 증가하였고 비둘기 관련 민원이 3000 건에 육박하고 있는데, 86아시안게임에서 3000 마리를 평화의 상징으로 날려 보낸 것이 개체 수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다. 참새와 까치도 무리 지어 농작물과 과수에 피해를 주며 까마귀도 전신주에 앉아 전력시설에 장애를 주고 있다.

도심 속 비둘기는 몸을 씻을 만한 곳이 마땅찮아 깃털에 병균이 많이 붙어있다. 또 사람들이 먹고 버린 음식 찌꺼기를 주워 먹는 탓에 배설물로 뇌수막염이나 피부염 같은 질병을 옮기기도 한다. 하지만 몇몇 전문가들이 연구하고 조사한 결과로는 이런 일이 벌어질 가능성은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낮다고 한다.

내년부터는 지자체마다 비둘기 먹이 주기 금지에 대한 조례가 정해져 이를 위반할 경우 벌금을 물어야 할테니 공원이나 길에서 무리지어 노는 비둘기에게 먹이를 던져주며 즐기던 아이들은 어떻게 하나?

우리에게 ‘퍼주기 정책’, 즉 포퓰리즘이라는 것이 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지역화폐(지역사랑 상품권)의 국고지원 의무화 법안도 올해 세수 부족 30조원 이상으로 경제가 깊은 수렁에 빠지지나 않을지 우려되니, 좌파 정권에 의해 1970년대 부국에서 빈국으로 떨어진 베네수엘라를 교훈 삼아 우리 전 국민 1인당 25만원 현금 지급하겠다는 발상도 접어야한다. 스위스는 성인 월 300만원을 무상지급하려는 기본소득제를 국민 77%가 반대하였다. 일을 하지않으려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한 무차별 복지에 대한 반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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