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순
멧돼지가 내려와
자꾸만 봉분을 허문다는 소식에
부모님 합장하기로 했다
천천히 무덤 열고
관 뚜껑 걷어내니 드디어
아버지가 보인다
누런 뼛조각 몇점 보인다
차곡차곡 쌓아놓은 유골 정수리에
손바닥 올리니 눈물 흐른다
아버님 어서 가요
어머님이랑 함께 모실게요
두분 오래 떨어져 힘드셨지요
필자도 할아버지 이장 때 본 뼛조각에서 아우라를 느낀 일이 있다. 시인은 합장하고자 관 뚜껑을 걷어내고 평생 함께 살아왔던 돌아가신 아버지의 뼛조각을 본 후, “차곡차곡 쌓아놓은 유골 정수리에/손바닥 올리”고 아버지를 느껴본다. 어머니와 떨어져 땅속에 있었던 아버지의 외로움이 느껴졌으리라. 가족의 유골은 단순한 뼛조각이 아니다. 죽었으나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음을 증언하는, 입 가진 유골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