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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등록일 2024-12-08 19:22 게재일 2024-12-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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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제프 어틸러(진경애 옮김)

벌써 일주일째 계속 엄마 생각뿐이다

잠깐 또 잠깐 멈춰 서서

삐걱거리는 바구니를 안고

옥상으로 서둘러 가셨지

난 아직 솔직한 인간이어서

소리 지르고 발버둥 쳤지

젖은 빨래는 남한테 맡기고

날 옥상으로 데려가 달라고

그저 말없이 올라가 빨래를 너셨지

욕도 않고, 날 쳐다보지도 않고

빛나며 펄럭거리는 옷들은

바람에 높이 올라 빙빙 돌았지

울지 않을 텐데, 하지만 이제 늦어버렸지,

얼마나 거대한 사람이었는지 이제야 보는 걸

하늘에 둥둥 더 있는 회색 머리

하늘 물에 푸른 가루를 푸시네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하다 요절한 헝가리의 국민 시인 어틸러의 시. 30대에 접어든 그의 ‘엄마’에 대한 기억을 담았다. 시인이 아이 때 본, 엄마의 이미지가 선명한 한 장면이 펼쳐진다. “날 쳐다보지도 않고”옥상으로 올라가는 ‘엄마’, “날 옥상으로 데려가 달라고” 울면서 따라가는 아이. 그리고 시인은 “빛나며 펄럭거리는 옷들” 속에서 “빨래를 너”시는 엄마가 “얼마나 거대한 사람이었는지”를 뒤늦게 깨닫는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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