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산
노을 비치는 돌담에 기대
널배 하나 서 있다
소금기에 전 몸은 붉어지지 않는다
석양에 물든 바다가 제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리라
몰골을 타고 들어오는 바다 냄새를 찾다
뻘에 박힌 장화의 가쁜 숨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도 뻗히게 보냈으리라
머지않아 몸이 작아져
바다가 보이지 않을 때
그래서 하늘만 보일 때
물도 뭍도 아닌 곳에 깊이 가라앉아
배였다는 것을 기억해 줄
누군가를 오래 기다릴 것이다
돌담까지 밀려오는 어둠에 숨어
널배 한 척 아직 서 있다
“돌담에 기대” 서 있는 ‘널배 하나’에서 시인은 노동의 고단함을 읽는다. “뻘에 박힌 장화의 가쁜 숨소리를 들으며/오늘 하루도 뻗히게 보냈”을 널배의 노동. 이 노동으로 몸은 바다의 소금기에 절지만, 널배는 저 석양 속 바다는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고 있다. 반면 “머지않아 몸이 작아”지며, 결국 “물도 뭍도 아닌” 뻘에 깊이 가라앉을 널배의 삶. 자신이 “배였다는 것을 기억해 줄/누군가를 오래 기다”리면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