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경
꽃은 하늘로 날고 싶어
얼굴 속으로 하루종일
햇빛을 모았네
뒤통수로는 비를 맞았네
툭하고
목을 끊어주길
하늘로 둥둥 떠오르게
누군가 목을 끊어주길
여름내 기다렸네
피고 또 피었네
가느다란 끝에서 숨을 쉬었네
꽃은 하늘로 날고 싶어
얼굴 속이 점점 깊어졌네
목구멍이 검게 타올랐네
툭하고
목을 끊어주길
하늘로 둥둥 떠오르게
누군가 목을 끊어주길
기다리고 기다렸네
꽃은 하늘로 날고 싶어
우리는 꽃의 아름다움을 인간의 입장에서 평가하곤 한다. 정작 꽃의 입장은 어떨까? 위의 시는 꽃의 입장을 상상한다. 꽃이 하늘을 향해 피어나는 것은 “하늘로 날고 싶어”서라는 것. 하여 꽃은 누군가 자신의 목을 끊어주길 기다리며 피어난다. 지기 위해 피어나는 꽃. 피어남은 비상에의 갈망으로 “하루종일 햇빛을 모”으면서, “얼굴 속이 점점 깊어”지고 “목구멍이 검게 타오”르는 고통을 짊어지는 삶인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