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던히 앞만 보고 달려온 듯한 올해도 벌써 끄트머리달로 접어 들었다. 늦더위와 늦은 단풍에 애써 자리를 내주지 않을 것 같던 가을도 첫눈을 경계로 여지없이 겨울로 바톤터치하며 낙엽으로 사그라들고 있다.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면서 한 해의 자취를 마무리하는 이른바 ‘매듭달’로 이어져 그 어느때보다 바쁘고 일들이 많아지는 연말이다. 연초부터 이래저래 계획한 일들과 잡다하게 벌려 놓은 일이며 연말까지 정리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보고·정산·결재·마감 등과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설계 등으로 누구라도 동분서주가 무색할 정도로 바빠질 것이다. 그만큼 한 해의 매듭과 새로운 날들에 대한 구상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 해의 마무리와 결산, 모임 등으로 부산해지고 일손이 많아지는 때 새로운 일들이 생겨나거나 예기치 못한 사고라도 터지게 된다면 난감하기만 할 것이다. 그것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피해와 손실을 초래하고 주체하기 힘든 변고에 빠지게 된다면? 거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사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비난이 쏟아지고 단체적인 움직임에 시달리게 된다면? 믿기 어렵겠지만 이같은 일들은 현재 포항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안타까운 실제 상황들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철강업체인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쇳물 생산공장에서 정상적인 조업 중 원인불명의 설비사고로 대형화재가 발생, SNS와 방송뉴스를 타고 초미의 관심사가 되었고, 긴급복구 비상조업 중 2차적인 폭발성 화재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설비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히는 등 복원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에 바다 건너 불구경(?)을 하던 일부 시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와 함께 모 단체에서는 불안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시민을 볼모로 집단소송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포스코노동조합이 임금협상 결렬로 12월 초 포항 본사 앞에서 파업 출정식을 개최하자 창사 56년 만의 첫 파업 위기에 직면한 포스코가 총체적 난국에 휩싸여 지역 경제계와 시민단체들의 우려와 상생의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지고 있다.
3년 전 힌남노 태풍으로 인해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은 포스코가 글로벌 철강시황 불황으로 최근 포항제철소 공장 두 곳을 폐쇄하고 공장 화재까지 잇따른 악재에, 노조의 쟁의행위권 확보로 파업 출정식까지 강행하는 등 극도의 불안과 심각한 위기가 지역경제 침체로 치명적 타격을 주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기만 하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듯이(脣亡齒寒) 어려운 일을 당했을 때 서로 돕는 것(患難相恤)이 지혜와 상생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불난 집에 부채질하기 보다는 동병상련(同病相憐)의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으며, 상호존중과 상생협력으로 원만하게 협상하고 타결하여 난관을 함께 극복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모름지기 매듭을 잘 맺고 풀어야 온전한 마디가 생겨나고, 더 큰 매듭과 마디로 더 큰 성장을 기약할 수 있을 것이다. 한 해의 끝자락에서 미진하고 부족했던 일들을 아름답게 마무리해 따스한 온기 스미는 갑진년의 값진 매듭짓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