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 연
환희의 기억이 별반 없는 나는
주로 밤이면 내가 살아온 길을
신랄하게 아파했다
그런 날이면
아주 일찍 죽은 자들은
지금쯤 다시 살아났을 거라고 생각하고
심지어 성의 있게 이름을 불러 보곤 했다
어머니, 누님
구자이모 아랑삼촌
명환이 문성이
따지고 보면
이건 나를 부르는 소리다
죽은 나를 돌려 세우고
살아났으면 무언가 새로 켜기를 기대하는 것
끄지 말고 켜기를
(중략)
나는 지속되고 싶은 게 아니라
두근거리고 싶은 것이다
시인은 일찍 죽은 자들을 아프게 기억하면서 이들의 이름을 하나씩 정성껏 부른다. 이 행위는 결국 “나를 부르는” 일이다. 시인은 죽은 이들을 기억하면서 자신의 삶 역시 죽어버렸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고, 하여 죽은 이들의 재생을 위한 호명은 내가 “죽은 나를 돌려 세우”는 일이 되는 것이다. 삶다운 삶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새로 켜”는 삶, 단지 지속하는 삶이 아니라 두근거리는 심장으로 사는 삶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