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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한 물건은 내가 직접 만들어 쓴다”

단정민기자
등록일 2024-11-24 19:40 게재일 2024-11-25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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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 시대 ‘DIY’ 개념 넘어 영미권 유행 ‘라이프 핵’ 트렌드 열풍<br/>‘모디슈머’들 자신 취향이나 필요에 맞춰 제품을 변형하거나 개선
주방인테리어.
주방인테리어.

주부 김모 씨(49)는 지난 주말 유튜브 영상을 보고 ‘키(Key) 걸이’를 직접 제작했다. 그녀는 “출근 전 차 키를 찾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집에 있던 나무집게와 접착제를 활용해 현관 앞에 차 키 걸이를 만들었다”며 “비용이 들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든 것이라 더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고물가 시대를 살아가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필요한 물건을 직접 제작하거나 기존 제품을 새롭게 변형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기존의 ‘DIY(Do It Yourself·손수 제작)’ 개념을 넘어 영미권에서 유행하는 ‘라이프 핵(Life Hack)’ 트렌드에 더 가깝다는 분석도 나온다. 라이프 핵이란 생활의 일부분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도구나 기술을 의미한다.

라이프 핵 열풍은 단순한 소품 제작을 넘어 인테리어와 같은 실용적인 영역으로도 확대되고 있다. 직장인 박모 씨(31)는 최근 전셋집으로 이사한 뒤 주방 타일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데코타일을 시공했다. 그는 “전셋집이라 이사 갈 때 원상복구할 수 있도록 접착력이 약한 데코타일을 선택했다”며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공사 대신 적은 비용으로 3시간 만에 완성할 수 있어 성취감도 크다”고 전했다.

이처럼 손재주를 활용해 실용성을 더하는 소비자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자신들의 성과를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한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에 ‘DIY 팁’이나 ‘라이프 핵’ 노하우를 전수하는 콘텐츠가 넘쳐나고, 이는 또 다른 소비자들에게 영감을 주며 순환 구조를 만든다.

키(Key) 걸이.
키(Key) 걸이.

전문가들은 이러한 라이프 핵 열풍의 배경으로 고물가와 함께 창의적인 제품을 만들었다는 뿌듯함, 즉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꼽았다. 제조업체가 제공한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제품을 재창조하며 소비자의 역할을 넘어서는 이들을 ‘모디슈머(Modisumer)’라고 부른다. 이는 ‘수정하다(Modify)’와 ‘소비자(Consumer)’를 결합한 용어로, 제품을 자신의 취향이나 필요에 맞게 변형하거나 개선하는 소비자를 뜻한다.

트렌드 분석가는 “최근 DIY 열풍과 라이프 핵은 단순히 비용 절약을 넘어선 창의적이고 진취적인 소비 패턴을 보여준다”며 “특히 젊은 세대가 주도하는 이 흐름은 경제적 부담 속에서도 삶의 질을 높이고, 성취감을 얻으려는 새로운 방식의 소비 문화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트렌드는 향후 기업의 제품 개발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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