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 업계들은 ‘당혹감’<br/>“타격 우려… 즉각 폐지 불확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권 인수위원회가 조 바이든 행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라 도입된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제도는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 구매자에게 대당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를 지급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유세 과정에서 IRA를 “녹색 사기(New green scam)”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보조금 지급을 통한 전기차 육성 정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는 집권 1기 당시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강행한 전례를 들며 전기차가 친환경적 운송 수단이라는 주장에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면서 “2030년까지 미국 내 전기차 판매 비중을 50% 이상으로 높이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끝내겠다고 공언해 왔다.
당선인의 최측근이자 미 최대 전기차업체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 또한 올 7월 “IRA를 폐지하면 제너럴모터스(GM) 등 경쟁업체는 파괴적 타격을 입겠지만 테슬라가 입을 영향은 가벼울 것”이라며 보조금 폐지를 지지했다.
한국 배터리 업계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는 AMPC(Advanced Manufacturing Production Credit) 규정에 따라 배터리 생산량에 비례해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왔다. 올 상반기(1~6월) 이들이 받은 AMPC 혜택은 약 8400억 원으로 추산된다. 이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합산(약 1086억 원)의 8배에 이른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IRA 폐지가 배터리 산업에 타격을 줄 수 있지만, 당장 실행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IRA는 체계적으로 도입된 법안이고, 미국 내 중국과의 경쟁 심화와 같은 전략적 요인을 고려하면 트럼프 취임 후 즉각적인 폐지는 불확실하다”고 분석했다.
IRA 폐지에는 정치적 걸림돌도 존재한다. 기후 연구 비영리단체 ‘버클리어스’와 기후행동단체 ‘예일클라이밋커넥션’에 따르면 IRA의 전체 지출액 중 약 66%가 텍사스, 와이오밍, 오클라호마, 캔자스주 등 공화당 우세 주로 흘러갔다. 이에 따라 공화당 내에서도 현행 보조금을 지지할 세력이 상당하다. 이미 통과된 법안을 폐지하려면 상원 100명 중 60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내년 1월 출범할 차기 상원에서 공화당은 53석에 불과하다. 이에 인수위원회는 IRA의 해당 조항을 광범위한 세금개혁법안 패키지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때 의결정족수의 과반(51명)만 확보하면 통과시킬 수 있는 ‘예산 조정(reconciliation)’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단정민기자 sweetjmini@kb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