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흥기
영화 두 개 보는데 육백 원 하는
서울특별시 마포구 대흥극장 동시 상영관
칼 싸움하는 영화 간판 밑에
쥐포 파는 할매
백 원도 비싸 반으로 나누어 파는데
연탄불 위에 구워지는 쥐포 반쪽은
자꾸만 작아지고 또 작아지고
아이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쳐다보고 있다
찬바람 부는 요술 사과 궤짝 위에
쥐포 열서너 마리
그것으로 할매는 이 추운 겨울의
서울특별시를 살아간다
이젠 옛날 얘기가 되었지만, 동시상영관이라는 것이 있었다. 입장료가 600원 하던 때면 상당히 오래전일 터, 하나 동시상영관 주위엔 언제나 아이에게 “쥐포 파는 할매”가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 지금도 “쥐포 열서너 마리”를 전 재산 삼아 “이 추운 겨울의/서울특별시를 살아”가고 있는 ‘할매’의 모습을 뒷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겠다. 나이 들어 어렵게 살아가는 이들 삶의 모습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는 것.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