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진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었던 이
차후에는 산 기운 떨쳐낼 수 없으리
가슴속에 산맥이 들앉는 까닭에
바다 물밑에서 길을 찾아 기어 본 이
차후에는 그 숨결 잊을 수 없으리
몸 안에 바다 속살 출렁거리는 까닭에
사람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매었던 이
차후에는 그 신열 떨쳐낼 수 없으리
곳마다 그 사람, 미리 와 있는 까닭에
위의 시에 따르면, 우리는 “길을 잃고 헤”맬 때 삶에서 깊은 경험을 하게 된다. ‘깊은 경험’이란 몸에 그 경험 대상이 들어박힐 때를 말한다.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맸을 땐 “가슴속에 산맥이 들앉”으며, “바다 물밑에서” 헤맸을 땐 몸 안에서 바다가 출렁거린다. “사람에 빠져 길을 잃고 헤”맸을 땐? 몸에 일어나는 신열을 “떨쳐낼 수 없”다. 몸 안 ‘곳마다’ 그 사람이 미리 다녀간 흔적이 열을 발하고 있으므로.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