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1년 법원이 생후 16개월 된 입양아 정인이를 학대해 숨지게 한 양모(養母)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무기징역을 선고한 것을 계기로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이 정착되는 듯했지만, 실상은 딴판이다. 어제(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본지기자들이 취재한 내용을 보면, 아동학대 사건 건수가 계속 늘 뿐 아니라, 관련 당국의 대응체계도 부실하기 짝이 없다.
경찰청과 보건복지부 통계를 보면, 최근 5년간 아동학대 사건 검거 건수는 2020년 5551건에서 지난해 1만3015건으로 증가했다. 복지부는 아동학대 의심 사례 50건당 전담 공무원 1명을 배치하도록 지자체에 권고하고 있는데, 전국 17개 시·도 중 이 권고를 지키지 않는 곳이 9곳이나 됐다. 전담 공무원 한 명이 아동학대 의심 사례 80건을 맡아 조사하는 지자체도 있었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 아동전담 공무원이 다른 업무도 겸하고 있으며,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아동학대 문제를 담당하는 한 공무원은 “전담 공무원이 경찰은 물론 아동보호전문기관 등과도 의견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대부분 시·군이 자체기준에 따라 판단하다 보니, 특정 사건을 두고 경찰 등과 갈등을 빚다 흐지부지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학대받는 아이들은 부모가 두려워서 폭력행위를 축소해 진술할 수 있고, 부모도 훈육 차원에서 손을 댔다고 우기면 행정기관이나 경찰이 처벌할 방법이 없다는 생각도 든다.
지난 2020년 서울에서 발생한 ‘정인이 사건’이후 정부와 국회는 아동학대 방지 대책을 쏟아냈다.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연 2회 이상 접수되면 가해자로부터 7일간 분리하는 즉각 분리 제도가 시행됐고,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아동학대 범죄가 끊이지 않는 것은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큰 비극이다. 사회전체가 ‘내 아이를 내가 때린 게 무슨 잘못이냐’는 인식을 탈피하지 않는 한, 가정 내에서 노출되지 않고 발생하는 아이학대는 근절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