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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종상 큰스님-금까마귀 하늘을 뚫고 비상하네(金烏徹天飛)

윤희정기자
등록일 2024-11-11 10:54 게재일 2024-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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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까마귀 하늘을 뚫고 비상하네(金烏徹天飛)
불국사 회주 종상 대종사.
불국사 회주 종상 대종사.

혐시탕척(嫌猜蕩滌)

훼예하류(毁譽何留)

초연탈생사(超然脫生死)

금오철천비(金烏徹天飛)

미움 싫어함 깨끗이 씻어 버리니

헐뜯고 칭찬함이 어디에 머물겠는가

초연히 삶과 죽음을 해탈하려니

금까마귀 하늘 뚫고 비상하네

이러한 열반송을 뭇사람들에게 남기시고 법랍 60년 세수 76세로 사바를 떠나신 종상 큰스님. 조계종 원로의원으로 비구승 최고 법계인 대종사(大宗師)에 오르신 우리시대의 진정한 어른이셨다.

해방 후 정부가 수립되던 1948년 전북 임실에서 출생하시어 더벅머리 총각은 열일곱 나던 해 속리산법주사(俗離山法住寺)에서 월산(月山) 스님을 은사(恩師)로 사미계(沙彌戒)를, 1973년 석암(錫岩) 스님을 계사(戒師)로 구족계(具足戒)를 수지하시고, “선시불심(禪是佛心)이요, 교시불어 (敎是佛語)라, 선은 곧 부처님의 마음이요, 교는 부처님의 말씀이니, 속세와 멀어진다는 속리산, 법이 상주한다는 법주사의 전통 강원에서 ‘부처님 일대시교(一代時敎)’를 마치시고 조계종 총무원의 조사국장(1980), 총무국장(1985)을 필두로 입법의결기구인 중앙종회의원(8,9,12,14,15대)을 장장 5선을 지내시고, 연주암 주지, 청계사 주지, 불국사 주지, 석굴암 주지, 불교방송과 동국대 이사를 역임하셨다. 6·25전쟁으로 폐허가 된 금강산 신계사 복원에도 큰 역할을 하시었고 남북한 관계의 긴장완화와 화해무드 조성에도 그 공로가 매우 크신 분이다. 지은 책으로는 ‘기와를 갈아서 거울 만들기’(청계사, 2001)를 남기셨는데, 건물 짓고 탑 조성하는 일보다 사람 키우는 불사에 원력을 모아야 한다는 평소의 지론을 대화하시듯, 평이하게 그리고 진솔하게 설하신 것이다. 아마 선지식께서는 한국불교의 쇠퇴를 미리 점치셨는가보다.

탄탄 스님·전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전 불교중앙박물관장

사람 귀하게 여기지 않은 한국불교의 현실은 이제 그리 녹록하지가 않다. 이 또한 상응하는 과보가 맞다. 몇몇 지역 맹주들이 농단해온 우리 교계의 미래 또한 어둡고 불투명하기만 하다. 살아생전 베풀고 나눈 것만 고스란히 남고 탐착하여 빼앗은 허물은 영원할 뿐이다. 대궁당(大弓堂) 큰스님께서는 지나는 객승도 불러 세워 성큼 거액의 지전(紙錢) 한 묶음을 나눠주시고 늘 어렵고 힘든 불자에게는 한없는 은전(恩田)을 베푸셨다. 학인에게는 학비를, 세도가에게는 헌금을, 적재적소에 재물을 풀어 교계 안팎에서 그 칭송이 자자했다. 이만한 복인(福人)은 이 지상에 또 있을 것인가?

남 종상(南 宗常) 북 자승(北 慈乘) 시대가 이제는 저물었다. 때마침 계절이 완연히 바뀌는 겨울의 문턱에서 하필 조계종사에 큰 획을 그은 종문(宗門)의 대사판(大事判) 두 분의 기일(忌日)이다.

전생(前生)은 신라시대 김대성의 화신(化身)이신듯 대가람 불국사와 석굴암을 오늘 지금까지 가꾸고 지키셨으며 금생에 그토록 널리 베푸셨으니, 이제 속환사바(速還娑婆)를 하신다 하여도 원 없는 이고득락(離苦得樂)을 다시 누리실 우리시대 진정한 큰스님이셨다.

훤출한 대장부풍의 법당(인물)이며 통 크신 용력(用力)을 이제 그 어디에서 뵈올 것인가? 수년 전 불국사 전 주지이신 종우 큰스님과 대궁당 큰스님 모시고 떡국공양을 하던 정월 초하루가 벌써 그리워져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데, 금생에 큰어른과의 잠시 스쳐지나간 인연은 이 얼마나 소중하고 지중했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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