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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파특보

등록일 2025-02-04 10:54 게재일 2025-0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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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 스님·전 불교중앙박물관장
탄탄 스님·전 불교중앙박물관장

남도의 어느 외로운 섬의 빈 절로 훌쩍 내려간 어느 벗이 동영상으로 마당에 쌓인 눈을 비춰준다.

작년 여름 위암수술을 하기도 했던 그다. 올 한해 건강했으면 한다. 서울에 올라오면 일주일도 채 안 돼 내려가는, 이제는 섬사람이 되어버린 벗은 내리는 함박눈을 맞으며 끼 발동이다. 나이 들면 반드시 필요한 병원도 마트도 먼 첩첩산중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그가 약간은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럽다.

“어서 마당에 쌓인 눈이나 좀 쓸어”하니 “곧 녹을 텐데 뭐”하며 게으름을 떨려한다.

어제는 서울에서 재를 마치고 나오는데, 손발이 얼어 깨질듯 한 강추위를 더는 참지 못하여 재빠르게 돌아왔다.

오늘 중으로 아마 벗은 심심하여서든, 생활에 불편을 느껴서든, 빗자루를 들것이다. 그는 쌓인 눈을 쓸다가 숨을 고르며 우두커니 서 있을 것이다. 빗자루를 세워두고는 지난 세월이 그립거나 지우려고 곧 녹을지도 모르는 눈 위에 누군가의 이름 석 자를 쓸지도 모른다. 얼은 제 몸이나 화르르 군불에 녹이려 군고구마를 굽고 쉰 김치에 막걸리 한 병에 얼큰히 취해서 허무와 고독에 몸부림 칠 지도, 살아가며 나이를 먹어가며 얻어낼 수 있는 건 딱 혼자라는 사실밖에, 살아간다는 건 결국은 버리는 연습이다.

명예도 권세도 가족도 지인도 사랑도 증오도 더 버릴 것이 없어질 때엔 홀가분하게 내 몸조차도 버리는 것이 인생의 수순이다.

이렇게 다 버리면 하늘의 뭉게구름처럼 흘러가는 강물 같은 과거와 그리고 현재, 미래도 어느 날 모두 허무의 바다로 첨벙 사라질 터이다. 나는 사랑하여서 집착하지만, 떠나려는 너를 잡아두는 미련은 접자라는 공식을 비로써 깨칠 때, 한 세월이 더없이 홀가분해 질 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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