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가을비가 세찬 바람과 함께 다녀갔다. 기온은 뚝 떨어져 겨울의 기운을 불러오고 온 들판엔 첫서리가 내리는 상강(霜降)의 절기가 되니 낮과 밤의 온도 차가 크게 벌어지고 동식물들은 서서히 겨울잠 준비를 하는데 우리도 집집마다 겨우내 먹을 갖가지 김장을 담글 준비를 해야겠다.
그런데 올해는 채소값이 폭등하여 농림수산품 물가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밥상에서 신선한 맛을 풍겨주는 상추는 삼겹살 가격보다 높다고 하니 채소작황에 문제가 있는 모양이다. 최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생산자 물가지수는 14개월 연속 상승 중이며 농축산물은 5~9% 선이고 그중에서 배추 시금치 상추 등 채소는 전월 대비 60~80% 가까이 상승할 것으로 예측되어 시민들의 장바구니가 불안해진다. 이는 지난 여름의 긴 폭염과 폭우로 인하여 엽채류(葉菜類)가 피해를 많이 입은 탓이고 가뭄과 병충해 확산의 영향도 클 것으로 보여 중장기 측면의 신선식품 수급 방안이 필요하다.
배추는 생육 적정온도가 섭씨18~20도인데 고랭지 채소의 생산량 감소와 재배면적 감소로 배추 한 포기 값이 김장철을 앞두고 1만원 이상으로 급증하여 금(金) 배추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생육 여건이 양호해지고 정부의 비축 및 공급 확대 등으로 가격이 안정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러한 채소값 폭등의 이유는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생산의 불확실성이 증가하고 소비 형태와 유통구조의 변화에도 관련 있고 농촌인구 고령화로 인력 부족도 한몫한다는 것이다. 정부도 곡물과 채소 재배에 대한 지원을 하는 등 농산물 가격 안정에 힘쓰겠다고 한다.
나는 싱싱한 채소를 쌈을 사서 먹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시골집 텃밭에 상추와 배추, 쑥갓, 고추 등을 조금 심어 틈만 나면 뜯어와서 알싸한 쌈장에 찍어 먹으며 자연의 맛을 즐긴다. 올해는 더위와 가뭄 탓인지 마음껏 먹지도 못하고 뽑아버린 탓에 마트에서 구입하여 먹는데, 작은 비닐 포장의 상추 2천 원짜리를 사서 재미 삼아 세어보니 싱싱한 잎이 15장 정도, 1장에 백원이 넘는 꼴이다. 또 심지도 않은 들깨가 수돗가에 무성하게 자라서 눈 건강에 좋은 비타민 A가 많고 뼈에 좋은 칼슘이 많다기에 한 주먹씩 잎을 따다 먹었는데 싱싱하지도 않고 벌레가 먹은 듯하여 모두 뽑아버리고 2천원짜리 한 묶음을 사서 보니 깨끗하게 씻은 손바닥만한 깻잎이 40장, 그러니까 한 잎에 50원이다. 생각해 보니 무릎 높이의 들깨 1포기에 동전 20개 정도가 열려있었구나. 주렁주렁 달렸던 청양고추도 100원짜리 동전인 셈이었네….
요즘 어느 국수 파는 집에는 깻잎찜을 당분간 얹어주지 못한다 하고, 토마토 공급이 반 정도 줄어들어 맥도날드 햄버그에는 토마토를 빼고 무료 음료 쿠폰을 준다고 한다. 여기에 올가을 배추값이 하늘 높은 줄 모르니 ‘김포족’-김치 담는 것을 포기한 가족이 늘어날 것 같고 어느 마트에서는 ‘1인 하루 1통’으로 한정 판매한다고 하니 채소 대란이 오는 것은 아닌지….
이제 베란다에도 취미 삼아 손바닥만한 작은 텃밭을 만들어 알뜰하게 채소를 가꾸어 금배추 금상추를 뜯어 먹으려는 도시인의 꿈도 늘어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