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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료는 저작자의 목숨줄

등록일 2024-10-20 18:57 게재일 2024-10-21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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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희 작가
유영희 작가

강의에 사용할 작품을 찾기 위해 여러 책을 찾아본다. 그중에는 중고등학교 교과서도 있다. 학창 시절에 배운 작품도 다시 발견하고, 새로운 작품도 많다. 아무리 좋은 작품이라도 교과서나 참고서에서 만나면 오직 시험공부의 대상이라는 생각에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나이 들어 다시 보면 새롭게 다가온다. 성인을 위한 글쓰기 강의에서 교과서 작품을 인용하는 이유다. 중고생 참고도서도 본다.

그런데 몇 년 전 청소년 참고서에 실린 글의 저자 P 씨를 만난 적이 있다. 반가운 마음에 아는 체를 하니 그는 자기 작품이 사용된 줄 전혀 몰랐다며 깜짝 놀란다. 그 참고서를 낸 출판사는 내로라하는 국어교육계 교사들이 편집진으로 참여하는 곳인데, 어떻게 그런 일이 있느냐며 함께 통탄하고 안타까워했다. P 씨가 그 출판사에 저작권료 요청을 하지 않겠다고 바로 마음을 정리하는 것을 보면서 미리 알려만 줬으면 저작권료를 안 받는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갑자기 이 기억이 소환된 것은 노벨문학상을 받은 한강 작가의 작품이 교과서에 11곳 사용되었음에도 저작권료를 한 푼도 못 받았다는 기사가 대서특필되었기 때문이다. 비단 한강뿐 아니라 다른 작가들도 저작권료를 지급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은 특이한 저작권료 지급 방식 때문이다.

저작권법 제25조 1, 2에 따르면, 공개된 저작물은 초중고등학교를 위한 교과용 도서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런데 출판사는 저작권료를 작가에게 직접 지불하지 않고 저작권법 제25조 6에 따라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문저협)에 지급하면 문저협에서 작가에게 지급한다. 왜 이런 방식을 채택했는지 궁금해서 한국문학예술저작권협회를 검색해보니, 저작자 권리보호 및 저작물의 공정한 이용을 도모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으로서 2000년에 설립되어 문학예술 저작물의 저작(재산)권리를 신탁받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는 국정 한 가지이지만, 중고등학교 교과서는 검정, 인정으로 구분되어 발행하고 고등학교 교과서만 해도 11종이나 된다. 이렇게 많은 교과서에서 자기 작품이 교과서에 실렸을 것을 생각하고 조사할 작가는 없을 것이다. 작가들은 자기 작품이 교과서에 실렸는지 모르고 있으니, 알아서 청구하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문저협이 작가에게 적극적으로 통보하지 않으니, 저작자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문저협이 저작권료를 중간에서 착복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이번에 한강의 작품에 저작권료가 문제되자 문저협은 “한강 작가의 연락처를 몰라서 저작권료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급하지 않은 저작권료가 104억 원이나 된다니, 지급받지 못한 작가가 한두 명이 아니다. 문저협은 저작자의 생계와 직결되는 저작권료를 제대로 지급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는 것이 더 책임 있는 태도이다. 작품을 사용하는 출판사가 작가에게 미리 알려주는 것을 의무화하는 방법도 있겠고, 문저협이 저작자 명단을 확보하는 방법도 있겠다. 저작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우리 문화 발전에도 꼭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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