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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와 환경미화원

등록일 2024-10-09 19:55 게재일 2024-10-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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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이정옥위덕대 명예교수

더워도 너무 더웠다. 장장 40여 일 가까운 열대야를 기록하며 푹푹 찐 여름이었다. 마치 동남아 여행을 갔을 때, 공항에서 바깥으로 나서면 훅 끼치던 열기와 같은 무더위를 매일 겪어야 했던 여름이었다. 예년 같았으면 한여름 열흘 정도밖에 켜지 않았던 에어컨을 24시간 풀가동했다. 두 개의 선풍기도 꺼지는 시간이 없었다. 결국 10년도 더 된 선풍기 하나는 모터 과열로 고장이 나 버렸다.

더위를 잘 견디는 나는 여름나기가 겨울추위보다 더 수월했다. 여름철 더위 안부를 들으면 대답이 정해져 있었다. 뭐 그리 덥지 않다고. 거의 에어컨이 있는 실내, 차안, 집에서 지내니, 더울 틈이 없다. 잠시 에어컨 없는 데로 나와 이동할 때는 따뜻하다고 느낀다며 여름나기가 그다지 어렵지 않다고 생각했다. 더위보다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인 나는 여름보다 겨울이 더 싫었다. 내복을 챙겨 입고 옷을 켜켜이 껴입어야 하는 겨울보다는 차라리 여름이 더 좋다는 나였다. 실제로 땀 빨빨 흘리는 여름이 추위에 덜덜 떠는 겨울보다 나았다. 그렇게 더위를 잘 이기는 나였으나 올해는 아니었다. 글쎄, 나이가 들면서 체질이 바뀐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 치더라도 정말 버텨내기 어려운 폭염이었다.

폭염의 원인은 기후변화로 인한 기온상승이요, 그 주원인은 지구온난화라고 한다. 2021년 6월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인간 활동에 의해서만 200년만에 1.1도가 상승했다고 한다. 인간이 자초한 일이니 인간이 풀 수밖에 없다.

지구를 지켜야겠기에 일상생활에서 작은 변화를 감행했다. 내가 불편해지면 지구가 편하다니 감수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세탁할 때 세탁망을 활용하면 미세섬유를 걸러내 수질오염을 방지할 수 있다고 하니 더 적극적으로 사용한다. 식기세척기는 물을 절약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다. 식기세척기는 9~12L의 물을 소비하는 반면, 손 설거지는 최대 40L의 물을 사용한다니 편리함보다 환경을 위해 식기세척기를 자주 쓰기로 한다.

일주일치 식단을 미리 계획하고, 한 주 동안 먹을 음식을 미리 요리해 소분해 둔다. 일요일 저녁에 일주일치 야채샐러드를 만들어 두면 육류보다 더 건강한 채소 식단도 챙기면서 냉장고도 비우고 음식물쓰레기도 줄인다. 당장은 어렵지만 조만간 자동차도 하나 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가까운 거리는 걷고, 혼자 이동할 때는 자가용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습관으로 나를 길들이기로 한다. 탄소포인트제에 동참하려 테라스에 작은 태양광발전시스템 설치도 해뒀다. 얼마나 에너지가 절약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그저 실천해보는 뿌듯함도 있다. 폭염이, 기후변화가, 지구온난화가 나의 일상을 이렇게나 바꾸었다.

지구온난화는 손녀의 장래 희망까지 바꾸었다. 얼마 전이었다. 린이 환경미화원이 될 거라고 말했다. 평소 아픈 사람 병 고쳐주는 의사가 될 거라면서, 할머니 허리도, 다리도 아프지 않게 해주고, 주름도 펴 줄 거라던 린이었다. 커서 의사가 될 때까지 오래오래 살라던 린이었다. 왜 꿈이 바뀌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이 백번 지당하다. “지구가 안 아파야 사람이 살지요. 사람보다 지구가 더 중요해요. 그러니 지구를 지키는 환경미화원이 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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