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보수정치가 길을 잃고 좌충우돌이다. 야당과의 끝없는 정쟁, 의사들과의 ‘강 대 강’ 대치, 심지어 국정을 책임진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대표의 갈등까지 어느 하나 조용한 곳이 없다. 대통령의 임기가 벌써 중반인데 아직도 가야 할 길을 찾지 못해서 헤매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하다.
보수정치는 왜 길을 잃었는가? 가장 큰 원인은 대통령의 오만과 독선의 리더십 때문이다. 제왕적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권위주의적이며 거칠고 서투른 정치가 보수의 위기를 자초했다. 최근 여론조사(전국지표조사, 9월 4주차)는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긍정평가 25%, 부정평가 69%라는 매우 저조한 지지율을 보여주고 있다. 국민이 인식하는 대통령의 오만·독선·불통은 심각한 수준이다. 민심 이반을 두고 현재권력(대통령)과 미래권력(당 대표)이 벌이고 있는 당·정 갈등은 공멸로 가는 보수정치의 현주소이다.
시대가 변화를 요구하고 있음에도 보수정치는 변화를 외면했으니 자업자득이다. 변화와 혁신의 전제는 성찰과 반성인데, 보수는 늘 말로만 약속하고 행동으로 실천하지 않았다. 특히 보수는 자신의 허물을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상대방의 허물로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고만 했다. 남 탓만 하고 자기성찰에 인색한 보수가 어떻게 정도정치를 펼 수 있겠는가.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공한 보수정치는 언제나 변화에 민감했고, 비판과 고언을 경청했으며, 말보다 실행력이 강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수는 시대변화에 부응하여 새로운 정체성을 정립하지도 못했다. 보수의 가치라고 할 수 전통·도덕·책임·품격·실용 등은 보수정치를 이끌어주는 나침판과 같은 존재다. 하지만 작금의 보수정치는 ‘전통이 수구’로, ‘도덕이 힘’으로, ‘책임이 무책임’으로, ‘실용이 이념’으로 전락함으로써 길을 잃었다. 윤대통령이 ‘공산전체주의’, ‘자유’ 등 이념에 얽매여 실용정치를 펴지 않은 것은 보수의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강성팬덤과 꼴통보수에 의존하는 정치는 시대착오이며 중도로 외연확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총선 3연패는 당연한 결과였다.
게다가 ‘실용’을 중시해야 할 정치지도자의 현실인식과 정치력도 문제다. 윤 대통령은 108 대 192라는 ‘극단적 여소야대 현실’을 무시하고 야당과 지속적으로 대립함으로써 국정의 성과를 낼 수 없었다. 윤석열 정부의 최대 개혁과제인 4+1개혁(의료·연금·노동·교육+저출생)은 국회를 장악한 야당의 협력 없이는 결코 이룰 수 없는 꿈에 불과하다. 정치초보인 윤 대통령의 독선과 아집의 정치는 실용을 중시하는 보수정치가 가야할 길이 아니다.
이상과 같은 문제들이 해결되어야 보수정치는 정상화 될 수 있다. 보수 재건의 길은 남의 잘못을 비판하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잘못을 고치는데 있다. 오만과 독선을 반성하고 원로와 전문가들의 고언(苦言)을 겸허히 수용해야 한다. 수구보수는 뒤로 물러서고 개혁보수가 변화의 중심에 설 때 비로소 보수정치는 부활의 길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