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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김의 밤

등록일 2024-10-03 18:52 게재일 2024-10-04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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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근

바람이 말라가

마른 바람이 쓸고 가면 빈 얼굴만 남지

얼굴에 적막이 걸리지

맥박은 흐려지지

창문에 머무는 흰 고요

입술을 떠난 입김이 체온을 그리워하듯

죽은 새가 떠도는 북극

마지막 하늘

고요가 오래 머물면 얼굴은 멀어지지

입김이 되어 흘러나오지

고요가 영혼을 데려가지

적막, 고요, 고독을 극한적으로 시화한 시. 말라버린 삶이 있다. 불어오는 바람도 말라있다. 그 바람을 맞은 얼굴은 빈 얼굴만 남아 적막만 걸린다. “고요가 오래 머물”자, 얼굴마저 “입술을 떠난 입김”처럼, 몸을 떠나 “체온을 그리워하”며 떠돈다. “고요가 영혼을 데려”간 것, 그 ‘영혼-얼굴’은 “죽은 새가 떠도는 북극”까지 떠돌아다니고, 그곳엔 “마지막 하늘”이 걸려 있을 뿐. 그리고 “맥박은 흐려”지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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