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지
햇볕 아래 뜨겁게 달궈지던 바위들이
가만히 들어 앉아 등을 내 보이고 있다
나도 건너 편 산에게 내 굽은 등을
곱다시 내보이며 산을 오른다
등 뒤의 바위들이
제 나이만큼의 돋보기를 꺼내들고
내 등의 단면을 유심히 읽고 있다
꼼짝없이 들키고 만 내 살아온 날들
살아갈 날들 환히 다 들여다보이는
늦가을 가랑잎 손금같은
내 안의 굽은 등고선
산을 오르는 시인의 눈앞에 바위의 등이 ‘등고선’을 이루는 풍경이 펼쳐진다. 이 자연의 진솔한 모습에 시인도 자신의 ‘굽은 등’을 내보인다. 시인은 자신의 등을 바위들이 “유심히 읽고 있”음을 느끼지만, 사실 바위의 시선은 시인 자신의 시선이다. 시인 눈앞의 등고선은 이미 시인의 내면에 형성된 등고선으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그 등고선은 ‘손금’처럼 시인이 “살아온 날들”의 궤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