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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우리의 가슴을 흐른다면(부분)

등록일 2024-09-24 19:37 게재일 2024-09-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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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화

(전략)

날이 흐리고

눈이 흩날리는 시간은

케이크 위의 설탕 과자처럼 부서질 것이다

언제라도 떠날 수 있고

어디에나 이를 수 있겠지만

오늘밤 붙박인 사람들은 작은 손을 모은다

물에 잠긴 수도원을 서성이는 발걸음은

무의미하다

최선을 다한 기도처럼

차가운 창밖을 부지런히

성의껏 달리는

흰 눈송이들

잿빛 세상을 다독이려는 듯이

눈발이 굵어진다

시인들은 눈 오는 풍경을 자기의 비전으로 곧잘 그리곤 한다. 위의 시처럼 말이다. 세상은 잿빛이다. 이 “세상을 다독이려는 듯이” 눈발은 “부지런히/성의껏 달리”며 굵어지고 있다. 하나 이 눈 내리는 풍경은 슬픔을 품고 있다. 저 땅에 떨어지는 눈들은 어느새 녹을 것이며, 하여 “눈이 흩날리는 시간은” “설탕 과자처럼 부서질 것”이기 때문이다. “붙박인 사람들”의 “최선을 다한 기도”가 ‘무의미하’게 되듯이.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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