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도니스(김능우 옮김)
나는 물 위에 글을 쓰기로 맹세했다
나는 시시포스와 함께 짊어지기로 맹세했다
그의 육중한 바위를.
나는 시시포스와 함께하기로 맹세했다
열(熱)과 불꽃을 견디고
눈이 먼 안공(眼孔)들에서
마지막 깃털을, 풀과 거울을 위해
흙먼지의 시를 쓰는 그 깃털을 찾으며.
나는 시시포스와 함께 살리라 맹세했다
아도니스는 현재 파리에 거주하는 시리아 출신의 시인. 시시포스는 산 정상에 올리면 다시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바위를 평생 굴려야 하는 형벌을 받은 그리스 신화 상의 인물. 시인도 그러한 형벌을 받았다. 그가 “열과 불꽃을 견디”며 쓰는 시는 물 위에 쓰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인은 이 시 쓰기가 헛되더라도 펜의 깃털을 찾는 운명을 받아들일 것임을 맹세한다. “시시포스와 함께 살리라”는 맹세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