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이 너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은데 일자리가 없어요”
얼마 전 포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수도권에 직장을 구해서 떠난 여성 청년이 한 이야기다. 비단 그녀에게만 해당하는 건 아니다. 주변에 포항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은데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서 수도권으로 일자리를 찾아가는 여성 청년들이 제법 있다.
포항에 일자리가 있다면 포항에서 결혼도 하고 살겠다는 그녀들의 바람은 좀처럼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포항은 전통적으로 철강 산업 위주로 남성형 일자리 형태를 띠고 있다. 그렇다면 남성 청년들의 유출은 없을까?
“의원님! 포항에 좋은 여성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남성 청년들이 포항을 떠나지 않습니다. 남성 신입 사원이 입사해도 맞벌이 부부 경우 여성 일자리가 부족하니 신입 사원의 퇴사가 잦습니다.”라는 포항의 한 대기업 간부의 말도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지자체마다 인구 문제는 당면 과제 중 하나다. 문제는 포항의 경우 인구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인구 측정값인 ‘소멸위험지수’ 산출 방식이다. 이 지수는 20~39세 여성 인구수를 65세 이상 인구수로 나누어 산출한다. 그런 점에서 포항이 소멸 위험 지역에 진입한 것은 여성 청년의 유출이 심각하며 유입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필자는 포항시의회 시정 질문에서 ‘여성 청년 일자리 대책’과 관련해 포항시장에 질의했고 최근 포항시에서 ‘포항시 여성 청년 일자리 활성화를 위한 연구’ 용역을 실시했다.
이번 용역을 수행한 한동대 연구진은 “20~39세 여성 청년 인구 증감은 지역 소멸의 바로미터인 만큼 포항시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여성 청년을 강조하는 것이 여성에게만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역차별이 아니라 남성 청년에게도 적용되는 공식이다. 포항에 여성 청년 인구가 증가하는 것이 곧 저출생과 인구감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지역의 여성 청년들의 경우 포항에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수도권과 비교해 정주 여건이 좋아서 포항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전공과 연관된 일자리를 찾지 못하거나, 보수적인 지역 정서와 안정적인 여성 일자리 부족 등으로 비싼 집값을 걱정하면서 서울이나 수도권으로 이주를 하는 경우가 많다.
앞으로 포항시에서는 민간 기업과 함께 지역특화 산업과 연계한 여성 청년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함께 여성 창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 기술과 지역 산업을 연계한 일자리 창출을 통해 여성 청년 인구의 유출을 막고, 여성 청년이 포항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굳이 여성 청년 일자리보다는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라거나 ‘왜 여성 청년 일자리를 증가해야 하나요?’라는 원점으로 돌리는 젠더 감수성이 결여된 정책 접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이제 포항시에서는 “포항이 좋아서 포항에 살고 싶지만, 포항을 떠날 수밖에 없는” 그녀들의 간절한 목소리를 귀담아들을 수 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