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연
얘기를 끝내자마자 그가 화장실에 간 사이 나는 창 바깥을 쳐다보았다
백색의 햇살 너머 북한산을 보았다 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뭘 보고 있는지 묻는 그에게 나는 날씨가 좋다고 말했다
버스에 그를 태워 보내고 나는 걸어서 집에 돌아왔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책을 얼굴에 덮고 잠이 들었다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들과 우정을 나눌 차례가 왔고 아침이 왔다
주워온 조약돌 하나를 꺼내어 마주했다 돌이 말을 할 때까지
“이 세상에 속하지 않은 것들”과 만나는 시간이 있다. ‘이 세상’이란 사람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라면, 저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북한산’도 “이 세상에 속하지 않는 것”일 테다. “이 세상에 없는 사람의 책”도 그러한 ‘것’일 터, 그러한 책을 읽거나 저 사람 없는 북한산을 쳐다보는 일은 그러한 ‘것’들과 우정을 나누는 일, “조약돌 하나를 꺼내어” 그 “돌이 말을 할 때까지” 마주하는 일처럼 말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