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정영
기타가 천장에 누워 있고
술병이 제 그림자 껴안고 벽에 붙어 있다
앉아 있는 열 명과 서 있는 한 명이
의자와 식탁과 피아노가
시를 읽는다
옅은 불빛이 가만히 노래한다
누군가는 야간 비행을 읽고
12개의 그림이 한 액자에
담겨 있듯
우리의 생각을 장밋빛 영상으로
서로에게 담는 저녁이다
사물들이 숨 쉬는 공간이 있다. 저 ‘Book Bar’가 그런 곳. “천장에 누워 있”는 기타나 “제 그림자 껴안”은 술병을 보라. “의자와 식탁과 피아노가” 사람처럼 “시를 읽”고 있다. 사물들만이 아니다. 불빛도 노래하고 있지 않는가. 이러한 공간에서는 “우리의 생각”은 서로에게 비추어진다. ‘장밋빛 영상’을 통해. 메마른 삶을 살고 있는 우리지만, 저러한 공간이 있어서 그래도 우리는 삶의 원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