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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체들의 밤

등록일 2024-09-09 18:26 게재일 2024-09-1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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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지아

12월이 죽었다

잠에서 깨어 그것을 들었다

풀이 가늘게 자랐다

슬픔은 더 얇아질 수 없어서

그림자로 남았다

더 얇아질 수 없는 옷을

걸친 물체들이

12월을 지나고 있다

건널 수 없는 것을

건너고 있다

계절도, 그 계절 속의 한 월(月)도 삶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12월도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위의 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죽음의 소식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물체들’을 통해서. 가령 가늘게 자라는 풀을 통해서. 그렇게 물체들이 입은 얇은 옷을 투시함으로써. 그 얇은 옷은 “더 얇아질 수 없”는 슬픔이기에. 슬픔을 입은 물체들은 죽은 12월 안을 지나가며 “건널 수 없는 것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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