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아
12월이 죽었다
잠에서 깨어 그것을 들었다
풀이 가늘게 자랐다
슬픔은 더 얇아질 수 없어서
그림자로 남았다
더 얇아질 수 없는 옷을
걸친 물체들이
12월을 지나고 있다
건널 수 없는 것을
건너고 있다
계절도, 그 계절 속의 한 월(月)도 삶이 있지 않을까. 그래서 12월도 죽을 수 있지 않을까. 위의 시는 그렇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죽음의 소식을 어떻게 들을 수 있을까. ‘물체들’을 통해서. 가령 가늘게 자라는 풀을 통해서. 그렇게 물체들이 입은 얇은 옷을 투시함으로써. 그 얇은 옷은 “더 얇아질 수 없”는 슬픔이기에. 슬픔을 입은 물체들은 죽은 12월 안을 지나가며 “건널 수 없는 것을 건너고 있”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