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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부분)

등록일 2024-09-08 18:23 게재일 2024-09-09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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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 세르게예비치 투르게네프

방에는 개와 나 ? 우리 둘뿐이다.

마당에는 사나운 폭풍이 무겁게 울부짖는다.

개는 앞에 앉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나도 개를 바라본다.

(중략)

나는 알고 있다. 우리 둘은 똑같다.

저마다의 가슴속에 똑같이

떨리는 불꽃이 타오르며 빛난다.

죽음이 날아와 자신의 차가운 넓은 날개를 퍼덕거리면…

끝장이다!

우리네 가슴속마다 어떤 불길이 타는지 누가 알까?

아니야! 지금 시선을 주고받는 것은 동물도 인간도 아니야…

서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두 쌍의 동일한 눈이다.

동물과 인간도, 이 두 쌍의 눈에도, 동일한 생명이 서로를 의지하며,

겁먹은 채 서로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19세기 러시아 문호 이반 투르게네프의 시. 개와 인간이 “똑같다”라는 것을 언제 알게 되는가. 개는 말을 못하지만, 인간처럼 생명을, 삶의 의지를 갖고 있다. 시에 따르면 창밖에 불어오는 사나운 폭풍우로 죽음이 “넓은 날개를 퍼덕거리”며 다가오고 있을 때, ‘나’와 개는 “동일한 생명”으로 존재함이 드러난다. 이때엔 동물과 인간의 구별이 별 의미 없다. “서로를 의지하며” “겁먹은 채 서로에게 다가”갈 뿐이기에.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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