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천
눈 비비는 골목이었어요
거무스레 나서고 있는 잔잔한 기침들 꽃잎이 시린 볼을 감싸고 있었지요
길게 늘어선 눈빛 어디로 향하는 갈구일까 싶어
휘어진 팔자걸음마다 낙화 된 시든 이파리
어쩌면 새벽의 반대편 노을의 색감을 보는 듯
이 길은 어느 길로 가는 길인지 알 수 없지만
이른 길을 나서는 수많은 걸음들
목적지 알 수 없는
골목이 잠을 깨는 아침이다. 계절은 늦가을인 듯하다. 이파리가 낙화가 되었다니 말이다. 날씨도 쌀쌀하다. 골목을 지나가는 행인들의 잔기침 소리가 들리고 “꽃잎이 시린 볼을 감싸고 있”다. 날도 저물고 있다. 한 해가 겨울을 향해 저물고 있듯이. 시인은 이 스산한 골목길 풍경에서 삶의 운명을 본다. 우리 삶은 골목을 지나가는 이들처럼 “어느 길로 가는 길이지” 모르면서 노을의 색감에 물들어간다는 운명을.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