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석남
교도소로 납품되는 형벌들
죄가 돈이 되는구나
큰 죄가 큰 돈이 되는구나
죄를 짓는 종사자들
시를 짓다니! 멍청이 같으니라고
오래된 한탄 속에
노을이 목을 베러 온다
노을을 목에 감는다
국적란에 붉은 선을 아름답게 긋는 화가
시비詩碑의 전문을 긁어 백비를 만드는 시인
재생되는 돌의 질감
배경에 깔고 천천히 나는
나를 그린다
죄를 짓는 이들이 돈을 버는 세상이다. 이 세상에는 곧 어둠이 닥칠 것을 예고하는 노을이 창밖 하늘에 깔리고 있다. 이에 시인은, 노을이 자신의 목을 베기 전에, 아예 “노을을 목에 감”고 스스로 목숨을 버리려고 한다. 하나, 그 목에 건 노을빛은, 화가가 국적란에 아름답게 그은 ‘붉은 선’과 같은 것. ‘있는 그대로의 삶’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든 국적이니, 명예니 하는 모든 인위적인 것들을 지우기 위한 붉은 선.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