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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무엇을 말하는가(부분)

등록일 2024-08-19 18:47 게재일 2024-08-20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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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자

눈물은 심장에 맺히는 것이었다

 

거기 고이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동맥을 타고 올라온 모든 눈물은

 

피눈물이다

 

(중략)

 

바다는 잠자지 않고

 

더욱이 바다는 꿈꾸지 않고

 

다만 내디딜 뿐

 

살 뿐이다

 

더 이상 깊어지지도 넓어지지도 둥글어질 수도 없지만, 그렇지만 바다는 오늘도 좀 더 깊어지고 넓어지고 외로이 둥글어진다

 

중심을 한사코 파 내려가면

 

거기 아직도 바스러지는 심장이 있다

 

바다에서 눈물을 보고 듣는 시인. 그 눈물의 연원은 심장에 있다. 심장에서 “동맥을 타고 올라”오는 눈물. 그래서 그 눈물은 피눈물이다. 그 바다의 눈물은 우리 마음에서도 뿜어지지 않겠는가. 누구나 마음 한편에 바다를 두고 있을 테니까. 그 바다는 “꿈꾸지 않고/다만 내디딜 뿐”인 마음이다. 마음의 “중심을 한사코 파 내려가면” 도달하는 “바스라지는 심장”의 마음. 그 마음에서 피눈물이 솟아나고 있지 않은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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