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희
큰 바윗덩이를
겹겹 뿌리로 감싸 안은 소나무 한 그루를 본다
그 근처 나무들은 저 홀로 쑥쑥 자유로운데
저 막무가내를 어쩌나
천형처럼 피하지도 않고
어쩌다 서로 말문이 트였는지
힘줄이 되고 얼개가 되어
전신을 다해 바치는
한 뿌리의 지극
저 갸륵한 한 나무의 가호가
오늘의 경전이다
송영희 시인에게 경전은 매일 매일 다르다. ‘오늘의 경전’은 어떻게 발견하게 된 소나무 한 그루. 그 소나무는 “저 홀로 쑥쑥 자유로운” “그 근처 나무들”과는 달리, 마치 천형처럼 “큰 바윗덩이를/겹겹 뿌리로 감싸 안”고 있다. 소나무는 자신의 짐이 된 바위를 힘줄처럼, 얼개처럼 받아들이며, “전신을 다해” 바위에 자신을 바치는 지극함을 보여주고 있는 것. 오늘은 시인에게 그 모습이 신의 가호처럼 다가온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