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추억의 냄새(부분)

등록일 2024-08-12 18:28 게재일 2024-08-13 18면
스크랩버튼
김경수

(전략)

나는 하나의 이파리가 되어 허공을 떠다닌다.

저녁노을은 추억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오래된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먼 곳으로부터 북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붉은 마차가 산을 넘어가자

죽음의 빛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본다.

결국 나는 허공을 떠도는 시간의 흔적이고

물방울인 내가 언젠가는 강으로 들어갈 것이다.

침묵의 아름다움이 슬픔의 방향이었고

시간은 그 슬픔을 데리고 떠나는 새로운 소식이었고

결코 백발이 되지 않는다.

이별과 이별은 만나서 새로운 시간을 만든다.

물을 마시던 다친 새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밤의 따뜻함이 그 종착역이었다.

‘해-붉은 마차’가 산을 넘어가며 나타나는 노을은 ‘밤-죽음’이 올 것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노을은 죽음의 빛이겠는데, 그 빛은 “물방울인 내가 언젠가는 강으로 들어갈” “시간의 흔적”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노을은 아름답지 않은가. 죽음, 그 침묵은 아름다워서, 죽음이 가져올 슬픔의 방향은 아름다움을 향해 있다. 죽음을 통해 “이별과 이별”이 만나고 “새로운 시간”은 형성되는 것, 하여 종착역인 밤은 따듯하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