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전략)
나는 하나의 이파리가 되어 허공을 떠다닌다.
저녁노을은 추억의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오래된 책이다.
책장을 넘기면 먼 곳으로부터 북소리가 들린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붉은 마차가 산을 넘어가자
죽음의 빛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본다.
결국 나는 허공을 떠도는 시간의 흔적이고
물방울인 내가 언젠가는 강으로 들어갈 것이다.
침묵의 아름다움이 슬픔의 방향이었고
시간은 그 슬픔을 데리고 떠나는 새로운 소식이었고
결코 백발이 되지 않는다.
이별과 이별은 만나서 새로운 시간을 만든다.
물을 마시던 다친 새가 하늘에서 떨어질 때
밤의 따뜻함이 그 종착역이었다.
‘해-붉은 마차’가 산을 넘어가며 나타나는 노을은 ‘밤-죽음’이 올 것임을 알려준다. 그래서 노을은 죽음의 빛이겠는데, 그 빛은 “물방울인 내가 언젠가는 강으로 들어갈” “시간의 흔적”임을 말해준다. 그런데 노을은 아름답지 않은가. 죽음, 그 침묵은 아름다워서, 죽음이 가져올 슬픔의 방향은 아름다움을 향해 있다. 죽음을 통해 “이별과 이별”이 만나고 “새로운 시간”은 형성되는 것, 하여 종착역인 밤은 따듯하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