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뿌리는 무엇과도 친하다
꽃나무와 풀꽃들의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엉켜 있다
냉이가 봄쑥에게
라일락이 목련나무에게
꽃사과나무가 나에게
햇빛과 구름과 빗방울이 기르는 것은 뿌리의 친화력
바람은 얽히지 않는 뿌리를 고집스레 뽑아버린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풀지 않겠다는 듯 서로를 옮겨 감았다
위의 시에 따르면, 꽃나무나 풀꽃처럼 여린 존재자들은 “뿌리의 친화력”으로 “서로 엉켜 있”음으로써 생존한다. 이때 ‘뿌리’는 시적인 의미에서의 뿌리, 존재자들의 존재 차원에서의 뿌리이다. 뿌리둘이 서로 엉키도록 이끄는 ‘친화력’은 “햇빛과 구름과 빗방울이 기”른다. 세계에는 “얽히지 않는 뿌리를 고집스레 뽑아버”리는 힘도 존재하지만, 존재자들이 “서로를 옮겨 감”게 이끄는 연결의 힘도 존재하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