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너는 언니다. 동생을 기른다
같이 아침 먹고 같이 잠자고 웃는다
옷도 갈아 입혀주고 몸도 씻어준다
집에서는 늘 같이 지낸다
외출은 혼자 한다
그 같이를 뚫고 전화 한 통 온다
동생의 시신을 바다에서 찾았습니다만
너는 네 시신을 찾았대 동생에게 말해준다
그러고도 같이 산다 꿈도 대신 꿔주고 친구도 만들어준다
동생의 시신을 확인하고 와서도
동생이 바다에 가라앉는 꿈을 꾼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잠자고 같이 텔레비전 본다
너는 동생과 같이 사는 것이 가장 편하다
해변에 서 있으면 무언가 검은 덩어리가 하늘에서 내려온다
언제나 같이 지내며, “옷도 갈아 입혀주고 몸도 씻어”주었던 동생. 그 동생이 바다에서 죽음을 맞았다. 화자는 죽어버린 동생에게 “네 시신을 찾았”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그는 여전히 ‘동명이인’이 된 동생의 영혼과 같이 살고 있는 것, “동생과 같이 사는 것이 가장 편”하기 때문이다. 하나 해변에 가면 화자는 동생의 죽음을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다. 그곳에서는 검은 덩어리가, 죽음이 하늘에서 내려오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