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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날

등록일 2024-08-05 19:18 게재일 2024-08-06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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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비단막 위에

하나의 태양은 여전히 금빛이고 하나의 한숨이 일렁인다.

한순간 바람에 지난날이 흔들리며 삐걱대는 소리를 낸다.

여전히 공간 속에 남아 생각하거나

자신을 돌아본다. 잠들어 지켜보는 사람은 대답 않고

침묵을 본다, 아니 그건 잠들어 있는 사랑.

잠, 삶, 죽음. 연약한 비단이 자잘하니 찢어지는 소리를 내며

화사하게 꿈꾼다, 너무도 생생하다. 누군가의 기호

생각했던 사람의 이미지가 거기에 남는다.

삶이 천천히 도모했고 아직도 숨가빠하는 호흡을 위해

한올 한올 남겨놓았던 곳에서 줄거리를 엮는다.

모르는 것이 삶. 앎은 삶을 죽이고.

197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스페인 시인 알레익산드레가 노년에 발표한 시. 시에 따르면, ‘지난날’이 “삐걱대는 소리를” 내며, “너무도 생생하”게 현재의 삶에 다가오는 때가 있다. 이 회상에 등장하는 이는, 침묵하고 있다. 그는 이제 “잠들어 있는 사랑”인 것. 그래서 ‘지난날’을 회상하는 일은 침묵을 보는 일, 하나 이미지는 남고 하나의 줄거리가 엮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앎은 삶을 죽”인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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