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출산장려 정책
저출산 문제는 비단 한국만이 아닌 전 세계적으로 주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인구 고령화와 노동력 부족 문제에 직면하고 있고, 이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위해 다양한 인구정책을 도입 중인 것.
저출산은 양육비 부담부터 여성 경력 단절 등 다양한 원인을 포함하고 있어 뚜렷한 해결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아래는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주목할 만한 출산장려책을 내놓은 해외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헝가리, 결혼 무이자대출·시험관시술 무료… 독일, 최대 3년 육아휴직·부모수당
스웨덴, 출산일 전후 480일 육아휴가… 중국, 교육비 부담 완화 위한 사교육 금지
다양한 국제 사례 비교해 사회·경제적 문제 해결, 출산율 높이기 위한 노력 필요
□ 일본
정부와 기업이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각각의 어린이 친화 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일본이다.
일본 정부의 대표적인 어린이 친화 정책은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국립박물관·공항·관공서 등을 이용할 때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나 임산부를 다른 대기자보다 먼저 입장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도쿄 국립박물관의 경우 어린이날이나 연휴 기간엔 어린이 동반 가족을 위한 매표소를 따로 운영한다. 현장 상황에 따라 어린이 패스트트랙도 시행한다. 어린이 동반 가족만 입장할 수 있는 날도 별도로 있다. 노키즈존이 늘어나고 있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기업들도 앞장서 출산 장려책을 펼친다. 일본의 대표적 카메라 제조사인 캐논(canon)은 아이가 있는 직원을 대상으로 1주에 2번씩 조기 퇴근할 수 있는 제도를 만들었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 해상화재보험사는 ‘육아휴직 응원수당’과 육아휴직자의 업무를 대체하는 직원에게 최대 10만 엔(한화 86만 원)을 지급하는 제도도 있다.
□ 헝가리
헝가리는 2000년대 초까지 저출산국이었다. 하지만, 2011년 1.23명 이였던 출산율이 2020년엔 1.56명으로 증가했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것.
대표적인 출산 지원 정책은 결혼을 하면 최대 약 4000만 원을 무이자로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후 아이 1명 출산 시 이자 면제, 2명 출산 시 대출액의 3분의 1 탕감, 3명 이상 출산 시 전액을 탕감해준다. 4명 이상의 자녀를 낳은 여성은 평생 소득세가 면제되며, 3명 자녀 가정은 7인승 자동차를 구매할 때 1000만 원의 지원을 받는다. 또 주거비 보조, 국영 시험관시술기관 무료 지원, 보육시설 2만1000곳 확대 등 출산 인프라 정비도 시행하고 있다. 헝가리 정부는 2030년까지 출산율을 2.1명으로 높이기 위해 노력 중이다.
□ 독일
독일은 과거 특유의 ‘남성은 일, 여성은 주부’라는 성(性)역할 고정이 저출산으로 이어졌다는 해석이 있다. 산업화 이후에도 고정화된 가부장적 성 역할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지 않자 결혼하지 않는 여성들이 많아졌다.
정부는 2000년대 1.3명 까지 떨어진 출산율 반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현재 3년간의 육아 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이 기간엔 여건에 맞는 부모수당제도(현금)을 이용해 소득 대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아동수당(자녀당 36만 원), 형제보너스수당(최대한도 월 287만 원)을 지급한다.
또한 ‘거주허가 및 정주법’(이민법)을 제정해 정주형 이민정책도 시작했다. 전문인력인정법, 기술이민법 등 숙련 기술자 정주 중심의 이민정책을 펼침으로써 생산인구 반등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 스웨덴
스웨덴의 여성 고용률은 2020년 기준 78.3%로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맞벌이 부부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수년째 합계출산율이 1.5~1.6명을 유지하는 이유는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하기 때문.
스웨덴은 출산 전후로 480일의 휴가를 부모 모두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또 휴가 기간 소득대체율이 80%에 이른다. 영아기를 지난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보육시설 확충에도 신경을 쓴다쓰고 있다. 종일제 어린이집, 아이돌보미 등 다양한 육아 서비스 이용료가 가구 소득 3% 이하로 책정돼 무상에 가깝다. 학교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다. 스웨덴의 공교육은 대학을 포함해 국가가 모든 재정을 부담한다.
만 16세 이하 아이에겐 매달 1520크로나(약 17만 원)씩 아동수당도 지급한다. 학생인 경우 20세까지 연장해 수당을 받을 수 있다.
□ 핀란드
‘유엔 세계행복보고서’에 의하면 올해까지 7년 연속으로 ‘가장 행복한 나라’로 조사된 국가는 핀란드. 출산 지원 정책도 잘 갖췄다. 임신 초기부터 산모와 아이의 건강을 돌보는 정부 산하 진료기관인 네우볼라(Neuvola·모성 클리닉)를 운영해 임신부를 돕는다.
핀란드 정부가 운영하는 사회복지기관은 모든 임산부에게 출산 전 육아 필수품이 담긴 ‘엄마 상자’를 제공한다. 이는 핀란드 모든 엄마들에게 주어지는 보편 복지이면서 ‘국가도 당신과 함께 태어난 아이를 키우겠다’는 사회적 약속으로 해석될 수 있다. 상자를 열면 가장 먼저 ‘임신을 축하하며 이 상자가 가정에 행복을 주길 바란다’는 내용의 편지가 나온다. 더불어 신생아를 위한 열 벌의 옷과 보온 담요, 장갑, 장난감, 온도계 같은 기본적인 육아용품이 들어있다.
이외에도 핀란드는 출산이 여성의 사회 진출에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육아휴직 기간에는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도록 했다. 육아휴직을 마친 후에는 휴직 전과 같은 업무 또는, 동등한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직무에 복귀시키도록 한 것도 핀란드판 출산장려책이다.
□ 중국
중국도 저출산 문제로 고민이 깊다. 지난해 중국의 출산율은 1.0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한국(0.72명)과 비슷하다. 이는 중국이 1961년 이후 61년 만에 처음 겪는 인구 감소라 많은 이들이 심각성을 인정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중국의 저출산 문제는 1인당 GDP의 6.9배에 달하는 높은 양육비와 출산 휴가의 부족 탓이라 지적했다.
중국은 1978년부터 2014년까지 ‘한 자녀 정책’을 고수하다 2021년 ‘세 자녀 정책’ 법안을 공식 통과시켰다. 같은 해 7월 쓰촨성(四川) 판즈화시(攀枝花)는 중국 최초로 출산·양육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두 자녀 및 다자녀 가정에는 만3세까지 아이 한 명당 500위안(약 9만3000원)의 보조금이 매달 지급된다는 내용.
산시성(陕西) 센양시(咸阳)의 경우 세 자녀를 출산한 여성 근로자에게는 기존 출산휴가 외에 15일의 휴가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배우자에게는 돌봄 휴가 10일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중국의 저출산 극복 대책은 이처럼 출산·양육 보조금 형태가 주를 이룬다. 여기에 양육의 어려움을 유발하는 교육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교육 금지 정책도 내놓았다.
/황인무·김채은수습기자
/성지영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