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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고민하는 젊은 세대들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피현진 기자
등록일 2024-07-28 19:46 게재일 2024-07-29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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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역대 최저 출산율

경북도가 올해 저출생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다양한 정책을 통해 출생률을 끌어 올리는데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정책들이 과연 실질적으로 출생률을 높일 수 있을지 의문을 갖는 목소리가 없지 않다.

경북도는 지난 2월 저출생과의 전쟁을 공식화하고, ‘경북이 주도하는 K-저출생 극복’ 기본구상을 발표했다.

만남 주선, 출산·돌봄 주거지원, 일·생활 균형, 양성평등 6개 분야 100대 과제를 통해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을 빠르게 구축하고 일·생활 균형 인식 확산 등 결혼과 출산을 선택한 가정의 삶의 질을 보장한다는 것이 주요 내용. 이를 위한 예산은 1조2000억 원 규모다.

문제는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생 대책이 큰 틀에서 지금까지 정부가 해왔던 정책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16년간 280조 원에 이르는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매년 역대 최저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육아와 교육비에 높은 주택마련 비용까지 경제적 부담 작용

가부장적 인식과 재산과 권력에 따른 계급 문화 등 사회적 관념 타파해야

근로시간 단축·유연한 근무환경·정시 퇴근문화 등 기업들의 역할도 중요

□저출생 문제 89.5%가 공감하지만, 90.8%가 정책 효과 불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전국 25~49세 남녀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분석 결과를 보면, 89.5%가 저출생 문제에 대해 심각하다고 인지하고 있다. 그러나, 기존 저출생 정책에 대해서는 90.8%가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성계도 경북도의 이 같은 정책에 반발하고 있다.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은 지난 5월 성명서를 통해 “저출생 문제에 긴밀하게 대응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우리 사회가 합계출산율 0.65명이라는 수치가 나타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고 주장했다.

여성계는 저출생의 원인으로 △OECD회원국 평균보다 연간 122시간 많은 노동시간 △결혼과 출생 비용 및 육아 비용 부담 △불평등한 가사노동 △노동시장에서의 여성 불이익 및 소득 불안정 등을 강조한다. 이에 더해 “경북이 내놓은 정책엔 이런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여성계의 주장과는 별개로 △출산과 직업 유지의 어려움 △비싼 주택 가격 △청년 취업난 △육아복지 부족 △심각한 비교 문화와 젠더 갈등 △SNS 널리 퍼져 있는 결혼과 출산에 대한 부정적 시각 △늦은 초혼 연령과 이에 따른 노산 문제 △심각한 낙태율 문제 등도 저출산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경제적 이유다. 경북도는 물론 정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꾸준히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제한적인 지원 정책은 출산율을 높이지 못한다는 것을 지난 16년 간 확인했다. 높은 주택 마련 비용과 육아 비용 등은 제한적인 지원으로 해결이 안 되기 때문.

특히, 부모가 가진 재산과 권력에 따른 계급 문화는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다. 아이가 부모의 재력 등으로 인해 다른 아이에게 배척되고 놀림을 받는 사회에서 누가 아이를 낳아 그 아이에게 상처를 주고 싶을까?

아파트 브랜드별로 나뉘는 계급 앞에선 어떤 지원책도 의미가 없을 것이다. 실제로 최근 우리 사회에 등장한 ‘개근 거지’라는 신조어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 단어는 학기 중 여행 한 번 못가고 꼬박꼬박 등교하는 학생들을 비하하며 사용되고 있다 우리 아이가 ‘개근 거지’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의 출산 독려는 오히려 반감만 불러올 뿐이다.

 

□ 가부장적 인식과 경제적 문제 등이 야기한 저출생 세태

여기에 여성의 경우 임신과 출산에 따른 불이익과 ‘육아와 집안일은 여성이 하는 것’이라는 가부장적 인식도 타파해야 할 문제다. 이는 남녀 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결혼을 미루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어느 정도 바뀌고 있다고 해도 아직은 부모 세대를 보고 자란 남성들의 경우 여성들의 육아와 가사 전담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여성들은 이런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성들을 더 힘들게 한다고 본다. 맞벌이 없이는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아이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기도 어렵다. 그러니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렵다고 토로하면서 이를 포기하게 된다.

이는 남녀 간 만남을 늦추는 이유가 되고, 초혼 연령도 높아지게 만드는 원인이면서 저출산의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평균 초혼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조사됐다. 10년 전과 비교해 남성은 1.6세, 여성은 1.9세 늘어난 수치다. 20년 전과 비교하면 남성은 3.9세, 여성은 4.3세 늘었다.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노산 문제가 심각해졌다.

보건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여성들의 난임률은 나이가 들면서 급격히 올라간다. 25~29세 여성들의 난임률은 14.2%지만 35세가 넘어가면 49.3%, 40세가 넘어가면 무려 71.9%가 난임을 겪는다.

여성이 31세에 결혼해 신혼을 즐긴다는 이유로 몇 년만 출산을 늦추면 아이를 가질 확률이 줄어든다. 심평원 불임·난임환자 진료비 통계를 살펴보면 최근 5년간 약 두 배가 늘었는데 만혼에 따른 출산연령 증가가 가장 높은 이유로 지적됐다.

이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다른 문제도 야기한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저출산으로 인한 학생 수 급감으로 학교 수가 줄어드는데 반해 특수학교의 학생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8년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는 9만780명이었던데 비해 전체 학생 수가 줄어든 2022년에는 특수교육 대상 학생 수가 10만3695명으로 늘어났다. 이렇다보니 만혼 가정에서는 아이를 출산하지 못할 바에는 딩크족으로 살겠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비혼 출산 포함한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 펼쳐야”

낙태 문제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낙태죄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입법공백 상태가 장기화되면서 법적 제재 없이 낙태를 선택하는 젊은이가 늘어 우리나라는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낙태율 1위라는 불명예를 기록했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낙태 건수는 하루 3000건으로 1년에 약 110만 건에 달했다. 지난해 신생아 출산 23만여 명과 비교해 4배가 넘는다.

이런 상황에서 경북도가 추진하는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보려면 경제적 지원과 더불어 이 모든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특히 실제로 진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전문가의 목소리도 중요하지만, 문제의 당사자인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더 중요하다. 특히, 숨겨진 목소리를 잘 찾아 듣고 가능한 게 뭔지 따져야 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 저출산의 요인은 경제적인 것만이 아니다. 여성의 역할과 지위에 있어 전통적이고 고질적인 관념들을 바꿔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높은 출산율의 선진국을 보면 출산하는 30% 이상이 비혼자”라며 “비혼 출산을 포함한 다양한 가족 지원 정책에 근로시간 단축과 유연한 근무환경, 정시 퇴근문화 조성 등 기업들의 역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현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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