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윤숙
광장에서 흩어진 사람들이
근처 골목으로 삼삼오오 뭉친다
골목은 혁명을 숨겨주었고
그로부터 다시 늙은 미완의 혁명들을
불러들이고 술잔을 권한다
골목들은 늘 저변의 힘으로
장미를 피워올렸고
그 왁자한 뒤끝으로 아직도 곳곳에 건재하다
꺾어들고 다시 꺾어 내달렸던
그 모퉁이들을 회상하면
최루탄이니 물대포에 맞닿은 간격으로
스크럼을 짜고 막아서던
그 든든한 뒷배 같았던 골목들
도시의 매력은 큰 건물이 솟아 있는 도심의 대로가 아니라, 삶의 구체적인 흔적이 녹아있는 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다. ‘도시-골목’의 매력은, 시위자들을 백골단으로부터 “스크럼을 짜고” 지켜주었던 시위 때 더욱 빛을 발한 바 있다. 이 골목은 이제 “늙은 미완의 혁명들을/불러들이고 술잔을 권”하는 ‘회상’ 대상이 되었지만, 여전히 “저변의 힘으로/장미를 피워올”리는 곳으로 건재해 있음을 시인은 말해주고 있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