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기 버튼

고독

등록일 2024-07-23 18:18 게재일 2024-07-24 18면
스크랩버튼
빌헬름 뮐러<br/>(김재혁 옮김)

전나무 우듬지에

살랑 바람이 스치면,

맑은 하늘에

검은 구름이 흐르듯,

 

나도 무거운 걸음걸이로

터벅터벅 나의 길을 따라가네,

밝고 즐거운 모습들 사이로,

쓸쓸하게, 다정한 벗도 없이.

 

아, 바람은 고요하구나!

아, 세상은 참으로 밝구나!

폭풍우가 휘몰아칠 때도,

나 이처럼 비참하지는 않았는데.

 

독일 후기 낭만파 시인 빌헬름 뮐러. 그의 시를 노랫말로 슈베르트가 많은 곡을 작곡하여 유명해진 시인. 우리 모두 삶의 황혼을 “쓸쓸하게, 다정한 벗도 없이” “무거운 걸음걸이로” 걸어가게 되지 않겠는가. 하나 그때에도, 바람이 살랑거리며 불고 있는 세상은, ‘나’의 모습과 반대로 밝고 즐거운 모습일 테다. 하여, 이 고독의 비참보다는, 휘몰아치는 폭풍우를 견디며 살 때가 차라리 더 좋았다고 시인은 탄식한다. <문학평론가>

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기사리스트

더보기
스크랩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