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백겸
고층아파트 건물에는 꺼지지 않은 창들이 흰 별 몇 개로 떠 있고
숲길 어둠에는 꺼지지 않은 가로등이 오렌지 별 몇 개로 떠 있고
영빈관 침대에서 홀로 깨어
나도 어둠을 지우지 못한 별 하나로 떠 있고
암에 걸린 환자들이 남은 생을 별처럼 바라보는 이 적막 속에서
창가에 또 하루가 오는 발자국을 모두 귀 기울여 듣고 있고
원자력병원은 주로 암환자들이 치료받는 곳. “영빈관 침대에서 홀로 깨어” 있는 시인도 암환자일지도 모르겠다. 얼마 남지 않은 삶의 소리에 귀 기울이며 살고 있는 암환자들에게는 하루하루가 소중하며, 일상적으로 보는 불 켜진 아파트 창문들이나 숲길 가로등들이 모두 별처럼 빛난다. 그 불빛은 생명을 상징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 아직 숨을 쉬고 있는 시인 역시 “어둠을 지우지 못한 별 하나”로 존재한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