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습(최명자 옮김)
어허, 부질없어라
젊은 날 쉬지 않고 익힌 글과 검술 근심만 사고
늙지 않고 명 늘일 도리 없는
관속에 갇힐 서글픈 인생이라서
귀염받다 버려지는 강아지처럼
궁해져 말라가는 물속 붕어처럼
사람마다 인간 세상 좋다 말해도
꽃다운 시절은 잠시뿐인 것을
어느새 “관속에 갇힐” 시간을 생각하며 “젊은 날 쉬지 않고” 노력했던 시간들이 ‘부질없’다는 감정에 사로잡히는 나이에 이른 김시습. 젊은 날에는 세상으로부터 찬사를 받았지만 명을 다하면 “귀염받다 버려지는 강아지처럼” 될 운명이며, “꽃다운 시절은 잠시뿐”이고 인생은 “말라가는 물속 붕어”의 삶과 같다는 처절한 탄식은, 우리 마음을 우울하게 하지만 비껴갈 수 없이 언젠가 마주해야 하는 진실 아닐까.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