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연
어제보다 깊어진 동굴에서 깨어납니다
떠나보낸 작은 새는 다시 돌아와
내 가슴에 둥지를 틀고 붉은 알을 낳았습니다
깨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중략)
굶주린 새에게 나의 살점을 떼어 줍니다
새는 나의 살점을 먹고
나는 새의 알을 먹고
그것이 이곳에서 내가 택한 방식입니다
눈먼 새를 가슴에 올려두고 기다립니다
긴 겨울이 끝나고
남은 살점이 모두 사라지고 뼈만 남게 되었을 때
누군가 찾아올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겨울날, 동굴에서 홀로 거주하는 화자에게 찾아오는 이는, 화자가 떠나보냈지만 다시 돌아온 ‘작은 새’밖에 없다. 이 ‘새’는 시를 의미하지 않을까? 동굴 속에서 화자는 자신의 살을 새에게 주고 새는 자신의 알을 화자에게 주면서, 둘은 공생한다. 결국 화자가 ‘시-새’에게 자신의 살을 다 내어주고 뼈만 남았을 때, 시에 삶을 다 맡겼을 때, 그가 기다리던 누군가가 도래할 지도 모른다는 어떤 희망을 화자는 품는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