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미
장미는 완고하다
묶여 있는 장미들은 고독한 늑대 같다
향기를 내보는 데도 인색하다
리본 묶인 비닐을 걷어내고 화병에 꽃아도
묶여 있던
장미들은 내내 완고하다
절대 꽃잎을 벌리지 않겠다
봉오리 끝에서부터 까맣게 말라간다
쭉쭉 물을 좀 빨아들여봐
물을 뿌려도 갈아줘도 요지부동이다
피지 않는 장미
매일 물을 갈아준다
붉은, 연분홍 장미들아 왜 피어나지 않는 것이냐
물을 먹으며 말라가는 장미들은
꽃다발의 과거를 가지고 있다
물빛이 탁해졌다
꽃다발에 묶여 있는 장미, 시인은 화병에 꽃아 그 장미를 돌보고자 한다. 하지만 “장미는 내내 완고”해서, “절대 꽃잎을 벌리지 않”고, “향기를 내보는 데도 인색”하다. 장미는 스스로 말라가는 것 같다. 장미는 왜 이렇게 완고한가. “꽃다발의 과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화려한 시절에 대한 기억들…. 그렇다면 “물빛이 탁해”진 것은, 과거와 현재의 낙차로 유발된 장미의 우울이 물에 풀어졌기 때문이리라.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