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영
닭갈빗집을 운영하는 김사장
한쪽 눈이 숯불에 하도 많이 드러나 상해간다고 한다
숯불이 자신의 눈동자를 조금씩 파먹는다고
그럼에도 이 일을 멈출 수 없다는 남자의 눈에서
석류알이 쏟아졌다
숯불로 고기 구워내는 일이 뭐 대단한 일이라고
자신의 눈동자를 내준단 말인가
한 번도 내 전부를 꺼내놓지 못한 나는
석류를 손에 쥐고
전전긍긍
붉은 피톨들이 왈칵, 내 앞에 쏟아진다
몸이 상하더라도 일을 멈출 수 없는 사람들. 아마 한국의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특히 고용된 이가 아니라, “닭갈빗집을 운영하는 김사장” 같은 이는 더욱 일을 멈출 수 없다. 시인은 “자신의 눈동자를 내”주면서까지 일해야 하는 ‘김사장’으로부터 숭고함을 느낀다. 가장 소중한 자신의 ‘석류알’, 그 “붉은 피톨들”을 ‘왈칵’ 쏟아내며 일하는 그에 비해, 자신은 “석류를 존에 쥐고/전전긍긍” 하며 살고 있기에.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