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금숙
멀리 가지 않고도
지붕 아래 내려 온 별을 만난다.
맑고도 아늑한 공기 한 웅큼.
돌을 들어 올리는 풀꽃의 힘으로
집을 들어 올리는 이 흰빛.
나를 마중 나오시는 희미한 등불.
비 오는 가을 오후,?시드는 숲 가의 집에서
둥근 빛에 우리는 둘러앉았다.
한사람이 아직 오지 않았다.
오지 못할 것이다.?어쩌면 올 것이다.
둥근 흰 빛에 한숨을 섞으며
우리는 기다렸다.
조바심이 흰 빛에 빨려 들어가도록.
흰 빛은 이윽고 우리를 들어올렸다.
팽창하여 대기가 되었다.
이 흰빛은 우리이다.
북풍이 세계에 선물한.
“지붕 아래 내려 온” 별의 ‘흰빛’은 신성한 힘을 가졌다. “돌을 들어 올리는 풀꽃”처럼 죽음을 삶으로 상승시키는 신생의 힘을. 이 빛은 식탁에 강림한 둥근 빛 주위에 앉아 있는 ‘우리’를 들어올리기도 한다. 하여, 우리는 팽창하여 대기가 된 흰빛이 된다. 우리가 기다리고 있는 “오지 못할”‘한사람’이 죽은 이라면, 그는 ‘대기’가 된 우리와 함께 살게 될 터이다. 빛은 우리를, 죽음을 품은 신생으로 이끄는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