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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나루 소나무들

등록일 2024-06-26 18:24 게재일 2024-06-27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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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순례

곧게 자란 나무가 없다

굵고 반듯하게 자라면서도

어깨가 굽은 소나무

수많은 가지 살피느라 허리가 휘어진 소나무

햇살 찾아 제 키만 키우는 소나무

하나같이 못난이로 자라

서로에게 치어 자릴 비켜주면서

그렇게 몸 비비 틀면서

저도 모르게 숲이 되고 있다

거북이등껍질 같은 울음을 꺼내

바람에 날리는 사방

푸른 그늘들

반듯하게 자라나려는 나무는, 곧게 자라지 못한다. 반듯하게 자란다는 건 타자들을 돌보고 배려하면서 사는 것, 그 삶은 “어깨가 굽”거나 “허리가 휘어”질 수밖에 없기에. 하나 이러한 삶들이 모여 “저도 모르게 숲이 되”고 “푸른 그늘들”을 만들어낸다. 한데 ‘곰나루’는 동학 농민의 정신이 깃든 곳. 저 “몸 비비 틀면서” 숲을 이루며 울음을 “바람에 날리는” 소나무들은 동학 민중의 영혼을 보여주고 있지 않는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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