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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이야기들 7

등록일 2024-06-24 20:04 게재일 2024-06-25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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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리(김성훈 옮김)

오늘밤, 어느 어둠 속을

 

볼 수 없는 누군가가,

 

눈을 감고 다른

 

어둠 속을 들여다 본다.

 

그는 잠자는 사람들 가운데

 

깨어 있는 사람.

 

그의 소리로 그를 알라.

 

초조하게 긁는

 

연필, 부스럭대는

종이, 작고 쉼

 

없는 두드림

 

소리, 한 영혼이 미세하게

 

질겅거리는 소리,

 

새롭고 잔인한

 

세기에 자신을

 

탄생시키는 이

 

오래된 시 소리를 들으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계 시인 리영리의 시. 시에 따르면 ‘시인’은 “어둠 속을 들여다” 보는 이다. ‘시인’ 또한 “어둠 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기에, 그의 존재는 소리로 알 수 있다. 종이 위에 연필로 무언가를 “초조하게 긁”고 있는 소리로. 그것은 “한 영혼이 미세하게/질겅거리는 소리”다. 이 세기 역시 “새롭고 잔인”한 어둠의 세기, 이 어둠 속에서 “오래된 시 소리”는 저렇게 “자신을/탄생시”킨다.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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