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리(김성훈 옮김)
오늘밤, 어느 어둠 속을
볼 수 없는 누군가가,
눈을 감고 다른
어둠 속을 들여다 본다.
그는 잠자는 사람들 가운데
깨어 있는 사람.
그의 소리로 그를 알라.
초조하게 긁는
연필, 부스럭대는
종이, 작고 쉼
없는 두드림
소리, 한 영혼이 미세하게
질겅거리는 소리,
새롭고 잔인한
세기에 자신을
탄생시키는 이
오래된 시 소리를 들으라.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시아계 미국계 시인 리영리의 시. 시에 따르면 ‘시인’은 “어둠 속을 들여다” 보는 이다. ‘시인’ 또한 “어둠 속”에 있어서 보이지 않기에, 그의 존재는 소리로 알 수 있다. 종이 위에 연필로 무언가를 “초조하게 긁”고 있는 소리로. 그것은 “한 영혼이 미세하게/질겅거리는 소리”다. 이 세기 역시 “새롭고 잔인”한 어둠의 세기, 이 어둠 속에서 “오래된 시 소리”는 저렇게 “자신을/탄생시”킨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