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현
다양한 종이 우리를 넘나들지/ 구두 수선공과 친구가 되고/ 새들은 날아오르며 궤적을 남기네
너는 내 손을 잡고 문득 흔들었지,/ 우리가 각자 삶의 외로운 구경꾼이자 싸움꾼이었을 때
거리의 악사가 되어 떠돌아도 좋아/ 흔적도 남지 않은 음악이 되어
나무 위에서 새가 열매를 떨어뜨리자/ 우리 손이 우연히 붉게 물들었다
종이 흔들리는 순간을 좋아해/ 지나가는 음악처럼
너의 초라함을 좋아해/ 철 지난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린 조형물처럼/ 지나가는 경적처럼
우리는 “우리를 넘나”드는 ‘다양한 종’의 존재자들과 마주친다. 하늘에 궤적을 남기고 날아오르는 새들, 구두 수선공, “내 손을 잡고 문득 흔”드는 너의 손, 그리고 “우연히 붉게 물”드는 “우리 손”도. 이 마주침은 삶을 좋아할 만한 것으로 만든다. “종이 흔들리는 순간”도, “철 지난 크리스마스 트리”의 장신구 같은 “너의 초라함”도 좋다. 시인이 흐르는 음악처럼 떠돌아다니는 거리의 악사가 되고 싶은 이유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