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한국의 출생률이 0.68을 기록할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3대가 지나면 인구가 소멸할 것이라고도 한다. 어느 보고서를 보니, 2023년 남한의 0-4세 아이 비율이 북한의 절반이라고 한다. 북한의 0-4세는 1천763만 명이고 남한의 0-4세는 1천611만 명이라 숫자는 비슷하지만, 남한 인구가 북한의 두 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6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주재하는 자리에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하고, 이미 신설하기로 한 ‘저출생대응기획부’의 이름을 ‘인구전략기획부’로 변경하겠다고 발표했다. 최근 출산 장려 정책으로 쪼이기 댄스 장려나 정관 복원 수술비 지원들이 비웃음을 샀고, 여자의 발달이 빠르니 결혼 적령기에 남녀가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여학생을 1년 일찍 입학시키는 방법을 언급한 재정포럼 5월호의 연구 논문 역시 조롱을 받은 상황이라 이번에는 효과적인 정책이 나올까 기대했지만, 19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전혀 기대에 못 미친다.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결혼 기피와 저출생의 가장 큰 이유는 주거 불안과 경력 단절 걱정이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만이 답이라는 연구도 많다. 그러나 이번에 발표된 정부 정책을 보면, 문제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소득 보장이 안 된 상태에서 대출을 확대하는 것은 신혼부부를 빚더미에 올려놓거나 그림의 떡인 발상일 뿐이고, 주택을 보유한 남녀가 결혼하면 세금 깎아주는 기간을 늘린다는 정책은 청년 대다수가 무주택자라는 현실을 간과하고 빈부 격차만 심화시킬 수 있는 대책이다. 학·석·박사 과정 통합하여 일찍 사회에 나가게 한다는 방안도 어처구니 없지만, 늘봄교실 보육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늘린다는 정책은 무자비하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초등생이 이용하는 돌봄교실은 오후 5시까지만 운영하기 때문에 맞벌이 부부가 이용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런 현실을 감안해서 앞으로는 오후 8시까지 맡아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처음 늘봄 정책이 나왔을 때도 부모와 자식이 ‘늘못봄’이 되는 정책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는데, 한술 더 떠서 초등 1, 2학년생을, 점차 6학년까지 오후 8시까지 교실에서 지내게 한다는 정책이 어떻게 나왔는지 의문이다. 저녁 늦게까지 교실에서만 지내면 그 아이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감각을 가질 수 있게 될지 눈앞이 캄캄해진다. 늘봄교실에 오후 8시까지 맡기면서 마음 편할 부모도 없을 것이다. 이번 저출생 대책 어디에도 부모가 자녀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은 교실에 보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다.
아이는 부모가 늘 대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아야 안정적으로 자랄 수 있다. 부모 역시 그런 시간이 확보되어야 마음 놓고 아이를 낳을 수 있다. 아무리 한국의 인구밀도가 높아서 저출생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해도 지금의 출생률 저하 속도는 한국 사회의 위기다. 부모가 자녀를 제대로 보호하면서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정책 제안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