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태준
술 받으러 구멍가게에 갔다 덜컥 개에게 물렸다
헐렁한 몸빼의 여주인이 개에게
이 계집이, 이 다 큰 계집이,
야윈 어미 개를 내 앞에서 큰딸 혼내듯 했다
내게 되레 잘못한 일이 있었나 뜨끔했다
술을 받아 나올 때 여주인은
여태 눈도 못 뜨는 두 마리의 하얀 새끼 개를 들어 보였다
따뜻한 배를 각각의 손을 받쳐 들어 나에게 보여 주었다.
그 집으로부터 멀찍이 떨어져 겨우 다시 돌아보았을 때에도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에도 모정이 있다. 술집 여주인이 “야윈 어미 개”를 “이 다 큰 계집이”라며 혼내는 건 그 개를 ‘큰딸’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어미 개가 시인을 문 이유가 낯선 이로부터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해서였음이 시의 뒤에서 드러난다. 이를 여주인도 안다. 시인에게 “두 마리의 새끼 개를 들어 보”이는 것을 보면, 모정은 동물이라고 해서 다를 것이 없는 것, 이 시가 주는 감동이다. <문학평론가>